[2019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혀를 삼키는 나무 / 조경환
혀를 삼키는 나무 / 조경환 그를 떠나보낸 건 혀였다혀가 어른이 된 나무를 스튜디오에 불렀다머나먼 이국으로 흙 한 줌, 물 한 모금 보자기에 싸여 보내졌다어른의 모습으로 그가 돌아왔다-어머니 찾으러 왔어요1번 카메라 앞에서 젖은 가지를 후드득 턴다붉은 혀가 더듬더듬 어떻게 살았느냐며 묻는다허공에 파노라마처럼 나무의 성장과정이 실금처럼 얽히고 설킨다-누굴 원망한 적은 없는 걸요심호흡 한번으로 다 풀 수 없다는 듯이 고개 떨군다-우는 법도 잃어버렸어? 혀가 묻는다-오는 내내 비가 내렸어요더 가벼워지지 않으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날아왔죠뿌리를 내리기까지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새 뿌리에 새 말이 고인다 새 흙이 덮이고새 잎이 수북이 쌓인다혀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꺾꽂이 된 거군요혀의 목소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