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해花蟹 - 화송
화해花蟹 / 화송 냄비뚜껑을 열자 꽃처럼 붉은 꽃게가 철갑을 하고 있다 건들기만 하면 잘라버리겠다는 듯 엄지발을 치켜든다 뭉툭한 가위로 발을 절단하자 소리를 지르는 것은 꽃게가 아니라 가위였다 골수가 울컥 쏟아지자 바다는 잠잠했다 사는 일은 파도가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갯벌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기는 것 꽃게, 파도가 거칠수록 두 눈 똑바로 뜨고 등딱지에 힘을 준다 한 평생 꽃처럼 배를 보이지 않는 것이 꽃게다 섬 하나가 안테나를 세우고 육지로 나간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지 바닷바람에 허리가 꼿꼿하다 바다를 버린 꽃게, 절대 바다를 돌아보지 않는다 ·화해花蟹 : 꽃게 꽃게! 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속살이 꽉 찬 꽃게는 담백하면서도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 특유의 향이 으뜸입니다. 꽃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