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길 잃은 편지 / 황미주
길 잃은 편지 / 황미주 이사온 곳은 벽돌이 빨간 4층짜리 빌라야. 집 바로 뒤에는 산이 있어. 사방이 경사라 길은 물론이고, 집도 사람도 모든 게 기울어진 것처럼 보여. 우리 집을 가리키면서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살 수 있냐며 흉을 볼지도 몰라. 내가 봐도 그 모습이 꼭 등짐진 할머니가 비탈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서 위태롭게 보이거든. 그런데 말이야,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 지구가 기울어져 있어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 아빠는 다 좋은데 보는 눈이 없었다. 욕조 없는 욕실, 손바닥만한 창문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빌라. 엄마가 알았더라면 분명 말렸을 것이다. 큰방에서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간간히 새어 나왔다. 문에서 귀를 떼고 노크를 했다. “아빠, 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