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세탁실 - 황승옥
세탁실 / 황승옥 편집자 주―작품 원문의 일부 비속어를 신문 게재에 한해 부호(○,×)로 처리했습니다. 가을, 맑은 날, 아침. 무대는 외진 숲 속에 있는 군부대의 3층 세탁실이다. 세탁실은 물기 한 방울 없이 깔끔하다. 문짝이 없는 대변기 칸이 하나 있다. 구형 세탁기와 신형 세탁기가 한 대씩 놓여 있다. 뒤쪽 벽면엔 창문이 여러 개 있다. 창문 밖으론 울창한 숲이 보인다. 창문은 닫혀 있다. 일병 큰 한수와 이병 기준은 빨래를 널고 있다. 탈수가 된 군복을 쫙 펴서 가지런히 빨래 줄에 널고 빨랫집게로 고정한다. 일병 큰 한수는 군용 긴팔 티셔츠를 체육복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고 운동화를 신었다. 이병 기준은 군복을 입었고 군화를 신었다.신형 세탁기는 소음 없이 돌아간다. 구형 세탁기는 탈수가 시작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