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귀가(歸家) / 황지호
귀가(歸家) / 황지호 집이 죽어가고 있었다. 평고대 안쪽으로 쏟아진 기와는 기단과 마루에서 파편이 되었다. 기와가 밀린 곳은 보토와 진새, 앙토가 드러났고 그 흙에 의지해 민들레가 자라고 있었다. 뿌리가 암세포처럼 서까래 골수에 파고들었을 것만 같았다. 상한 서까래 마구리는 아귀의 이빨처럼 날카로웠고 추녀는 갓이 상한 버섯처럼 추레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덧문과 덧문에 남아 있는 삭은 보온 비닐들이 집의 음습함을 더했다. 황토미장을 한 벽도 무너진 지 오래였다. 미장한 흙이 떨어지며 드러난 중깃과 눌외, 설외가 핏줄처럼 보였다. 황토와 범벅 돼 흘러내린 빗물이 피고름 같았다. 기둥을 타고 흘러내린 그것을 주춧돌이 농반처럼 받았다. 밤이 되면 무서운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집이 흐느껴 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