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동물성 바다 / 고은산
동물성 바다 / 고은산 창 열고 바라보는 봄 바다는 고양이, 저 혼자 부딪치며 살아온 목숨여서 오늘도 조선 매화를 파도 위에 그린다 활짝 핀 공작 날개 흉내 낸 여름 바다, 어느 문중 휘감은 대나무 뿌리처럼 푸르고 깊은 가문을 댓잎으로 상감한다 발굽도 닳아버려 혼자 우는 가을 바다, 멀리멀리 떠나가는 비단 같은 노을길을 갈매기 수평선 멀리 지평선을 물고 간다 폭설을 삼켜버린 캄캄한 겨울 바다, 천 길 어둠 밀어내고 동살로 여는 아침 부스스 잠 깬 고라니 동백숲에 숨어든다 한 사람이라도 울릴 수 있는 시조 작품 남기도록 노력 졸작을 앞에 두고 고민이 많으셨을 심사위원님께 먼저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잡아주신 응원의 손길이 앞으로 시조의 길을 걷는 제게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길이 팍팍할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