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생 바람 같은 거 / 배귀선
생 바람 같은 거 / 배귀선 창가에 앉는다. ‘타이타닉’영화음악이 잔잔히 다가와 맞은편 소파에 기대고, 카페 안을 채운 커피 향은 소멸해 가는 내 기억을 더듬고 있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인 인연. 가끔 기억의 케이블을 통해 묵직한 통증이 느껴져도 그것은 내 삶의 상처였기에 소중한 것이다. 그리움보다 지극한 상처의 밭, 그 가슴에 또 다른 흉터가 생긴다 해도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가슴 뛰는 일이다. 창밖, 한 생을 마무리하고 떠난 가을의 뒷모습을 내려다본다. 뼈만 남은 푸석한 이파리. 마른 허공에 제 몸 맡긴 채 뒹굴고, 굳어지는 길 따라 가로수 앙상한 가지에 회색의 바람 걸쳐있다. 한껏 깃을 세운 사람들 총총거리는 오후, 이따금 들리는 과일장수의 곱은 목소리 위로 매운바람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