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상강 - 최영숙
상강 / 최영숙 장독대 옆에 살던 뱀은 산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나무는 허술해져 경계처럼 빗금을 긋는다저렇게 주먹 불끈 쥐고 가는 길너를 향해 가는 고추 벌레 구멍 같은 길툭 부러지고 싶다 이제 그만 자리 잡고눕고 싶은 생각생각은 자면서도 깨어 있을까꿈틀 나의 손을 치우는 돌서덜그 돌서덜 위에서 숲은 작은 몸을 하고 툰드라의 바람으로 운다. [당선소감] 비탈길 눈 녹듯 한 우물 판 지 15년 만에 기쁨 만끽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러나 오늘은 눈이 녹아 내린다. 처마 밑에 서서 손을 내밀어 본다. 목숨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21g의 무게가 줄어든다 한다. 한 방울의 몸, 차고 가볍다. 응달의 눈은 여전히 녹지 않는다. 눈을 치우며 보니 내가 다니는 곳만 눈이 두께로 앉아 있다. 이 넓은 세상에 소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