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시운전 / 강지수
시운전 / 강지수 날 때부터 앞니를 두 개 달고 태어난 아이치고 천성이 소심하다 했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 뭐예요? 종합병원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가벗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을 때요 그게 기억나요? 최초의 관심과 수치의 흔적이 앞니에 누렇게 기록되었지요 나와 함께 태어난 앞니들은 백일을 버티지 못하고 삭은 바람에 뽑혀야 했지만, 어쩐지 그놈들의 신경은 잇몸 아래에 잠재해 있다가 언제고 튀어 올라 너 나를 뽑았지, 우리 때문에 너는 신문에도 났는데, 하고 윽박을 지를 것 같더란 말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대大자로 뻗었을 때 혹은 동명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천성이란 무엇인지, 왜 어떤 흔적은 흉터로서 역할하지 못하고 삭아져버리는지 당신, 당신은 한 번 죽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