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고무공 성자 / 고윤석
고무공 성자 / 고윤석 어라, 쪼그만 녀석 여간내기 아니었네엉덩이 뻥 내질러도, 허리를 작신 밟아도도무지 쓰러지지 않네,두 손 들 줄 모르네. 누르면 꼭 그만큼 이 악물고 튀어 올라가슴속 숨긴 깃발 하늘 높이 흔들다가다시금 지상에 내려낮은 곳을 살피네. 마음조차 둥글어서 각진 세상 품은 걸까?진자리 마른자리 아래로만 길을 찾는속 텅 빈 고무공 성자,걸음마저 탱탱하네. "-" 덤덤하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가슴 속에 회오리를 일으켰다. 까마득한 산 앞에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멍하니 기다리던 나락 같은 날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투명한 햇살이 눈송이처럼 포근하게 안겨 오는 아침, 어느 산머리에 올라가 돌처럼 뭉친 응어리를 펑펑 쏟아 놓고 싶었다. 무슨 조화였는지 교실 창가에서 말라 죽어 가는 화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