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쓰나미 오는 날 / 고민실
쓰나미 오는 날 / 고민실 객실에 아무도 없다. 형석은 그 사실을 동대구역에서 알았다.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선반이 텅 비어 있었다. 평일이라지만 연휴 전날이었다. 카페 칸은 말할 것도 없고 열차 연결 통로까지 늘펀하게 앉아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엇갈려 뻗은 다리를 피해 걷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휑한 통로가 낯설었다. 화장실에서 지린내 대신 소독약 냄새를 맡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옆 객실을 기웃거려도 검은 무덤처럼 솟아오른 머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몇 십 명이 공유하던 공간을 혼자 독점하는데 오히려 숨이 찼다. 제자리로 돌아오자 창밖에 붉은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플랫폼 가장자리에 핀 들장미가 몰려 앉은 토끼 떼 같았다. 열차가 움직이면서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이쪽을 노려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