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내가 너를 비출 때 / 고훈실
내가 너를 비출 때 / 고훈실 나는 늘 놀이터를 내려다본다. “아이참, 이런 달동네까지 왔는데 조금 더 주셔야지.” 택시 기사가 동네 사람들과 자주 실랑이했다. 달동네가 무슨 뜻이지? 달이 가까운 동네라는 뜻일까. 달동네의 바쁜 아침이 지나가면 할머니들이 놀이터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 동네가 좀 높아서 그렇지 경치 하나는 최고야. 시내가 다 보이잖아.” “그럼. 내 80 평생 살아도 이렇게 시원한 동네는 없어.” 할머니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나는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기에 먼 곳을 볼 수가 없다. 밤이 되자 여학생 무리가 내 아래로 모여들었다. “저 별들 좀 봐. 어쩜 저렇게 반짝일까.” “반달도 너무 예쁘게 떴다. 곧 보름달 되겠지?” 여학생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끝없이 재잘거렸다. 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