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박스 / 권제훈
박스 / 권제훈 박스였다. 여러 박스를 해체한 다음 다시 이어 붙여 더 크게 만든 것이었다. 박스로 만든 박스. 높이는 내 턱까지 닿았고, 넓이는 두세 사람이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모두 라면 박스였고, 아래부터 짜장범벅, 새우탕, 너구리 그리고 사리곰탕 순이었다. 짜장에 빠진 새우와 너구리 그리고 그 위를 덮치고 있는 곰이라니. 한 손엔 연어를, 또 다른 한 손엔 코카콜라를 들고서 해맑게 웃고 있는 곰이 떠올랐다. 곰이 너구리나 새우도 좋아하나. 즐겨 먹진 않더라도 배고프면 다 먹어 치우겠지. 위태로운 구도가 아닐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듯 투명 테이프가 각자의 영역을 구분하고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영역을 침범해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어버리리라. 그런데 이걸 누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