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기울다 / 홍외숙
기울다 / 홍외숙 5.5도 기운 탑처럼 5도 휘어진 척추 중력도 비켜 가는 지구 위의 작은 행성 내 몸은 피사의 사탑, 기울기가 생겼다 마음의 길 따라서 기울어지는 몸길 애끓인 날수만큼 아파하고 있었겠다 몸에도 길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 숨어 휘청거리는 탑, 어쩌지도 못한 채 막막한 중심은 자꾸만 넘어진다 너에게 기우는 마음, 무중력에선 직선일까 “삶의 무늬를 담는 그릇 같은 시조 짓고파” 시조 읽으며 많은 위로 받아 부족함 성장동력 삼아 노력 겨울바람이 창문을 흔들어대는 날, 막연한 동경이 현실이 되어 제게 왔습니다. 가까이 가기엔 너무 막연한 두려움, 가둬두기엔 답답한 덩어리. 시는 제게 오래 묵은 체증 같은 것입니다. 뒤늦게 국문학을 공부하고 문학 모임에도 기웃거려 보았지만 더 견고한 벽만 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