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폐교 / 김규학 폐교 / 김규학 한때, 천 명도 넘던 전교생들 사라지고그 많던 선생님들 뿔뿔이 흩어지고궂은일도맡아 하던순이 아버지도 가버렸다. 모두 다 떠나버려 적막하고 스산한데집 나간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심정으로검버섯창궐한 학교만그 자리에 붙박여 있다. 나팔꽃이 휘청대며 국기 봉을 부여잡고그늘만 넓혀가던 플라타너스 나무도밤사이떠나버릴까까치둥지가 짓누른다. 좀이 쑤신 학교도 툭툭 털고 일어나하루빨리 이 산골을 벗어나고 싶겠지만날마다담쟁이덩굴이친친 주저앉힌다. "동시에서 시조로, 드디어 문이 열렸다" 나는 신춘문예에 한이 맺힌 사람이다. 나에게 신춘문예란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것이었다. 1997년 노랫말을 쓰려다 시에 입문하게 되었고, 이듬해부터 자유시라는 무딘 도끼로 10여 년을 두드렸지만 그 성은 좀처럼 함락되지 않.. 좋은 글/시조 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