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기적의 남자 / 김동승
기적의 남자 / 김동승 덕수가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낯선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찾았다. [김덕수 씨? 관악경찰서 박래신 형사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무슨 일이시죠?] 덕수는 잠시 보이스피싱인가 싶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은행 대출이나 검찰, 부모님의 사고 같은 흔한 레퍼토리가 나오면 가차 없이 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덕기 씨 아시죠?] 예상치 못한 형사의 질문에 덕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이덕기? 이덕기? 이덕기! 10초 정도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야 그는 간신히 이름이 갖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덕기, 병원 사람들은 그를 이기적이라 불렀다. 이름 전체로 부르면 의도치 않게 비난하는 꼴이 되어, 성을 떼고 기적 씨로 부르던 기억이 주마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