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서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최경심 김응혜
■ 금상 얼룩말나비와 아버지 / 최경심 봄볕 환한 길 위에 나비가 엎드려 누워 있다꽃향기에 취해서도 비틀거리지 않고잠을 자면서도 날개를 부리지 않았던 나비곁으로 바짝 다가가도 꼼짝하지 않는다느릿하게 흔들리는 긴 더듬이에 실린가냘픈 숨결에서힘겹게 건너는 시간의 끝자락이 보인다 등 위에 짊어진 인연 차마 버리지 못해바로 눕지도 못하고 죽어간다맥 놓은 날개 위에 망연히 앉아있는흑백 물결무늬 선명한 얼룩말내리뜬 순한 눈에 고여있는 석별 적요하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던 저 너머 시간이애잔하게 다가온다자식들 편하라고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무너져 내리던 아버지의 날들은불효의 긴 그림자로 남겨져나는 지금도 가슴이 캄캄하다 나비 같은 호흡으로 밤을 새우고동틀 무렵 기척도 없이 야윈 어깨를 내리시던아버지도등에 업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