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닭을 먹다 / 김호애 닭을 먹다 / 김호애 오늘도 또 우리 암탉이 막 쫓기었다.( ※김유정 「동백꽃」의 문장을 빌려 바꿈.) 마루에서 단잠에 빠져 있다 푸드덕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였다. 그 먼 길을 어떻게 찾아온 건지 수탁네 수탉이 우리 집 앞마당까지 찾아와서는 내 귀여운 암탉 목덜미에 콱콱 부리를 박고 있었다. 암탉은 반항 한 번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빴다. 발이라도 빠르면 모를까, 한 번 쪼이고 얼마 못 가 또 붙잡혀 쪼이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상했다. 안 그래도 수탁에게 빌린 돈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쪼이는 마당에, 닭까지도 수탁네 닭 앞에 맥을 못 추는 걸 보니 자존심이 상했다. 막대로 바닥을 때려 수탁네 닭을 쫓아내고 우리 집 암탉을 두 손에 번쩍 들어 올렸다. "몸은 비리비리. 눈빛은 흐리흐리. .. 좋은 글/소설 8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