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노란 문 / 이주현
당선작> 노란 문 / 이주현 오늘 선생님 집에 들렀다 돌아오던 길, 우리가 처음 만났던 벚나무 앞을 지나갔습니다. 나무 위로 얼음 조각 같은 낮달이 보였고요. 앙상한 가지 아래에는 강아지풀, 웃자란 쑥, 이끼가 제멋대로 피어있었죠. 이끼 위엔 메마른 나뭇잎이 듬성듬성 떨어져 있었고요. 우리가 만났던 계절엔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었던 맥문동은 까만 열매를 달고 있었어요. 고만고만한 풀 사이에 키 큰 털머위가 고개를 길게 뺀 채 노란 꽃을 뽐냈어요. 상큼한 레몬 빛의 꽃은 마치 햇살 좋은 해안 절벽에 핀 듯했고요. 잎은 한적한 시골 밭고랑에 삐져나온 호박잎처럼 정겹게 보였어요. 머위처럼 꽃과 잎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식물이 또 있을까요? 마치 선생님과 제 사이처럼요. 선생님도 기억하고 있나요? 저는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