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노루발 / 김지희
노루발 / 김지희 자운영 붉게 핀 옷감 위를 노루발이 겅중겅중 뛰어간다. 두 귀 쫑긋 지나간 자국마다 박음질된 실들이 오솔길처럼 펼쳐진다. 촘촘한 길 가로 새소리며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챠르르! 챠르르! 할머니가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눈부신 천들이 지어져 나온다. 노루발은 재봉틀의 부속품이다. 박음질 할 때 옷감이 밀리지 않도록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지그시 누르는 힘이 없다면 실이 끊어지거나 선이 비뚤어져 낭패를 보기 일쑤이다. 중간이 갈라져 끝이 살짝 들린 생김새가 노루의 발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 언제 들어도 정답고 살갑다. 몇 번씩이나 이삿짐을 꾸릴 때마다 엄마는 신주단지처럼 재봉틀을 모셨다. 혹여 생채기라도 날까봐 이불로 고이 싸매고 난 후에야 다른 짐을 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