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궤나 / 전영아
궤나 / 전영아 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호흡이 멈춘 내 몸을 天葬으로 뉘면 살갗은 독수리의 몸을 타고 바람에 흩어지고 오롯이 희디흰 정강이뼈만 남으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내 정강이뼈를 아프게 품어 줄 사람하나 가졌으면 한다 그가 떨리는 손에 내 정강이뼈를 고쳐 잡고 사막에 남겨진 고적한 발자국 긴 속눈썹을 가진 낙타의 순한 눈빛 초원에 골고루 슬어놓은 어린 나귀의 울음소리 그것들을 궤나에 실어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아! 나는 미어지는 것들을 어디에다 죄 잃어버리고 왔을까. 바람 불고 구름 흩어질 때 야윈 내 정강이뼈를 훑고 지나가는 저 살빛 낮달도 슬펐으면 한다 어쩌다 한 번 피는 연보라 적란운보다 스텝에만 산다는 바오밥 나무보다 먼 곳에 있지 않은 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아! 저기 한 무더기 꽃 햇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