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활발하고 고요한 코의 자세 - 최윤혜
활발하고 고요한 코의 자세 / 최윤혜 나는 도서관에서 복사 업무를 하는 주급 인턴사원이다. 전에는 백화점 구두 판매점의 직원으로 일한 적도 있었고, 탈모용 샴푸와 비누를 파는 대리점에서 물건을 관리하는 보조로, 그리고 대형 마트의 검수 보조로 일했지만, 내 신상의 작은 변화를 일일이 탐색하며 간여하려는 태도나 관계 방식이 피곤하고 소모적이라고 여겨져 도서관에 취직했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피로도가 없다. 서로가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시원에서 텔레비전도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성형외과에서 코 시술을 받은 후로부터 신체의 균형 감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술 후 나 자신에 대한 만족스러운 감각을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애초의 짐작과 달리, 나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