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등걸에 핀 꽃 - 김옥매 등걸에 핀 꽃 / 김옥매 뒷산에 올랐다. 고라니 뜀박질에 바짝 언 할미꽃이 겨우 숨을 고르는 고갯길, 상수리 잎 성긴 그늘이 연신 산길을 쓸어댄다. 남실바람에 몸을 푼 송화는 구름과 비를 찾아 허공을 탐색한다. 정상에 서니 소나무 등걸 하나가 눈으로 들어온다. 모진 풍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그 남루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깊은 곳에서 신산한 바람이 인다. 생명의 끈을 놓아 버려서일까? 수런대는 숲의 기지개에 미동도 않는다. 드러난 뿌리는 소임을 다한 듯 허물어져 간다. 한때는 푸른 꿈을 꾸며 청춘을 불살랐겠지. 쭉쭉 뻗은 가지는 새들을 불러들여 생명을 보듬었을 거야.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젖은 땀방울 식혀주기도 했으리라. 그 영광된 날이 꿈인 듯 지나가 버린 허망함을 어찌 견딜까. 그때로 돌아가.. 좋은 글/수필 11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