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래빗 쇼 / 이상희 래빗 쇼 / 이상희 꼬르따사르는 벌써 한 달째 토끼를 토하지 않았다. 임신부처럼 불룩 튀어나온 뱃속에는 네다섯 마리의 토끼가 뒤엉켜 있었다. 그는 토끼를 토하지 않으면서부터 클로버 잎사귀만 먹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을 둥글게 말고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 이따금 입술을 오물거렸다. 나는 베갯머리에 떨어져 있는 클로버 잎을 주워 들고, 꼬르따사르의 뱃가죽이 우둘투둘 일렁이는 것을 쳐다보았다. “토끼는?” 재오가 물었다. 어제도 잠을 못 잤는지 얼굴이 까칠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꼬르따사르에게 다가가 배를 눌렀다. 어떻게 해서든 토끼를 토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꼬르따사르는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토끼를 토하지 않으려고 버텼다. “제기랄.” 재오는 꼬르따사르의 야윈 .. 좋은 글/소설 8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