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양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회전목마 - 류희병
회전목마 / 류희병 청운고시원. 푸른빛을 띤 구름. 이름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구름인 이상 빨강이든 파랑이든 노랑이든 덧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창한 입신출세의 뜻을 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군사부일체가 고물상으로 팔려간 지도 한참이 지난 이 시대에, 기껏 훈장노릇이 무슨 높은 벼슬이라고 청운의 꿈을 운운하겠는가. 무보증에 월 15만원, 밥과 김치제공. 푸른빛의 구름이라는, 출세의 의미와는 별개로 어딘가 모르게 탈속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그래서 뭔가 몽롱한 느낌마저 주는 이름에는 걸맞지 않게,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로 그는 이곳을 선택했다. 오래 머물 곳은 못되었다. 이곳에 머무는 누구도 자신이 이곳에 오래 머물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오래 머물지 않으리라는 믿음과 의지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