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조온윤
마지막 할머니와 아무르 강가에서 / 조온윤 할머니가 있어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판대 위 물고기의 눈알처럼죽어가면서도 시선을 잃지 않아서그 아득한 세월의 흔들의자에 앉아 여전히이승의 장경을 관망하고 있는 아무르 강가에서 늙고 지친 호랑이가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마지막 호랑이가수면 위로 얼굴을 비추는 순간마르고 거친 혓바닥을 내밀어 적시는 순간늙은 호랑이는 마주하게 되지마지막 할머니를 초원 위를 뛰어가는 사슴들을 멀리서그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는 위구르족 여자의 시선을그 시선의 수심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어서심해어의 눈처럼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무언가 보고 있겠지만 무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초점이 없이도 자전하는 지구본처럼 물고기의 눈알이 빨간 국물에 적셔졌다면, 지금쯤 식탁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