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모빌리티 사회,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김숨론 『떠도는 땅』 / 김유림
당선작> -모빌리티 사회,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김숨론 『떠도는 땅』 / 김유림 1. 떠도는 인간, 공유지의 딜레마 태생적으로 떠나야 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첫발을 디딘 자리는 허공이다. 허공에 뿌리내려 방향 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동 여정이 얼마나 걸리는지조차 헤아리지 못한다. 어쩌면 영원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존재로 이 세계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인가요? 그들의 질문은 땅에 도달하기 어렵다. 자본과 권력이 잠식한 세계는 떠도는 질문에 둔감하다. 김숨 소설 『떠도는 땅』은 ‘사이 공간’에 부유하는 자들의 목소리를 현실 세계로 호출하는 이동 매체의 한 양식이다. 모빌리티(mobility)는 이동이 활발한 현대사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