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밑줄 사용처 / 김제숙 밑줄 사용처 / 김제숙 한 자락 달빛 당겨 머리맡에 걸어 두고읽던 책 펼쳐서 떠듬떠듬 길을 가다내 삶의 빈 행간 채울 밑줄을 긋는다한눈팔다 깨진 무릎 상처가 저문 저녁난독의 삶 어디쯤에 밑줄을 그었던가헛꽃만 피었다 스러진 내 사유의 빈 집기울은 어깨 위에 허기 한 채 얹고서다 닳은 더듬이로 하나씩 되짚어가며접어둔 밑줄을 꺼내 내 미망을 꿰맨다 "당선 결실 가슴에 품고 시조처럼 살겠다" 시간은 빠르게 우리를 스쳐갑니다. 이 물리적인 법칙에 그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는 모두 다 다를 것입니다. 저도 어느덧 한 갑자(甲子)의 시간을 돌아 이제 처음 출발했던 자리에 다시 섭니다. 그동안의 삶을 하나의 매듭으로 여며 두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신이 저에게 주시는 메시.. 좋은 글/시조 7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