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배꼽이 사라졌다 / 김아름
배꼽이 사라졌다 / 김아름 아침에 일어나보니 배꼽이 사라졌다. 세수를 하고 잠옷을 벗었는데 배 한가운데가 밋밋했다. 순간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왜? 무슨 일이야?” 욕실에서 씻고 있던 아빠가 말했다.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배, 배… 꼽이…….” “뭐 꼽등이가 있다고? 지금 아빠 바빠서 이따 잡아줄게.” 아빠는 요즘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 어젯밤 회사 동료와 통화하는 것을 엿들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아빠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다. 아빠는 분유와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다. 나를 키우면서 일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아빠. 그런 아빠가 출근 전에 충격을 받으면 일을 제대로 못 할 거고, 그러면 승진도 못 할 테고, 당연히 재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