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돌의 찬 손이 이마를 짚어주다 / 백향옥 돌의 찬 손이 이마를 짚어주다 / 백향옥 손바닥에 꼭 맞는 매끄러운 초승달 모양 열병을 앓을 때 이마를 짚어주던 당신의 찬 손분주하게 손을 닦던 앞치마에 묻어 온 불 냄새, 바람 냄새, 놀란 목소리곁에 앉아 날뛰는 맥을 지그시 눌러 식혀주던 손길 같은 차가운 돌을 쥐고 있으면 들뜬 열이 내려가고멋대로 넘어가는 페이지를 눌러두기에 좋았는데어느 날 도서관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버렸다 몸 깊은 곳에서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놓친 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두 동강 난 돌을 잇대보았지만 깨진 돌은 하나가 될 수 없고 가슴에서 시작된 실금이 무섭게 자라났다 식었다 뜨거워지는 온도 차이가 돌 안쪽에 금을 내고 있었던 걸 몰랐다 이제 그만 됐다고 따뜻해진 돌이 속삭였다 그날, 달빛 밝은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깨진.. 좋은 글/시 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