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불교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북을 두드리는 오후 / 김하연
북을 두드리는 오후 / 김하연 “스님! 미움이 치밀어 오르다 금세 초연해지는 것은 이제 저도 나이를 먹은 탓이겠지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지요.” “스님! 오래전 산행할 때인데요. 아기 동자 같은 청미래 넝쿨 열매를 죄다 털어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무심코 꺾어버린 솔가지, 무심히 밟아버린 꽃도 여러 번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그 업보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뿐만이 아닌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도 무심코 숲에 버린 일도 있었어요. 혹시 그때 작은 생명들이 눈이 멀어버렸으면 어떡하지요?” “그래서 내일이 불안하십니까?” 스님은 물었다. “그 후 골짜기마다 나에 대한 골이 깊어지는 이 업(業)을 어찌해야 하나요? 하고 부처님께 물었지만 아무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