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비를 기다리는 마음 - 손훈영
비를 기다리는 마음 / 손훈영 두툼한 먹구름이 빠르게 이동한다. 하늘의 허파가 용트림을 하며 짧고 강한 바람을 쏟아낸다. 번갈아 쉬는 들숨과 날숨 사이로 당장이라도 엄청난 비를 퍼부어 댈 것 같다. 비의 숨 냄새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비가 오면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솟아난다. 드물게 몸과 마음이 활력으로 탱탱해진다. 오늘은 비의 예감만으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달릴 채비를 한다. 막힘없이 달려 보기에는 고속도로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가까운 인터체인지로 차를 올린다. 목적지는 없다. 비를 맞으며 실컷 달리다 그만 달리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된다.‘비 탄다’는 말이 있다. 맑은 날과 비교해 비 오는 날의 심리상태가 유난히 다른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스탕달의 에는 ‘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