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서울늑대 / 이실비
당선작> 조명실 / 이실비 사랑을 믿는 개의 눈을 볼 때 내가 느끼는 건 공포야 이렇게 커다란 나를 어떻게 사랑할래? 침대를 집어 삼키는 몸으로 묻던 하얀 늑대 천사를 이겨 먹는 하얀 늑대 흰 늑대 백 늑대 북극늑대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매일 찾아가도 없잖아 서울에서 만나 서울에서 헤어진 하얀 늑대 이제 없잖아 우린 개가 아니니까 웃지 말자 대신에 달리자 아주 빠르게 두 덩이의 하얀 빛 우리는 우리만 아는 도로를 잔뜩 만들었다 한강 대교에서 대교까지 발 딛고 내려다보기도 했다 미워하기도 했다 도시를 강을 투명하지 않은 물속을 밤마다 내리는 눈 까만 담요에 쏟은 우유 천사를 부려먹던 하얀 늑대의 등 네 등이 보고 싶어 자고 있을 것 같아 숨 고르며 털 뿜으며 이불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영원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