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감정 일기 / 송상목
당선작> 감정 일기 / 송상목 매일 아침 여덟 시면 슬픔을 마주친다 그와 인사하고 같은 전철을 타고 버스에 올랐다 내리고 빌딩을 오르고 나면 정오가 된다 정오는 기쁨을 만날 시간 나는 잠시 슬픔과 작별하고 수저를 든다 기쁨이 키스해온다 지저분한 기쁨이 기분 나쁘지 않다 키스는 짧고 오후는 길다 나는 다시 슬픔을 본다 슬픔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다 매일 같이 다니기 힘든 듯이 나는 빌딩을 쌓으며 슬픔의 눈치를 살핀다 슬픔은 슬퍼하면서도 빌딩 쌓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슬픔이 쌓아가는 것은 빌딩만이 아닌 것 같다 밤은 빌딩을 내려오는 때 슬픔이 가장 먼저 달아난다 나는 기쁨을 볼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기쁨은 집에 있다 마구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든다 기쁨은 꽤 나이 들어있고 눈을 끔뻑거린다 느린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