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숫돌을 읽다 / 허정진 숫돌을 읽다 / 허정진 고향 집 우물가에 등 굽은 검은 숫돌지문이 없어지듯 닳고 닳은 오목가슴그리움 피고 지는 듯 마른버짐 돋는다 대장간 불내 나는 조선낫 집어 들고제 몸을 깎여가며 시퍼런 날 세우면뽀얗게 쌀뜨물일 듯 삭여가는 등뼈들 새벽녘 고요 깨고 쓱싹대는 숫돌 소리가만한 한숨처럼 은결든 울음처럼짐 진 삶 견디어내는 낮고 느린 수리성 묵직한 중량감 든든한 무게중심자식들 앞날 위해 새우잠 참아내며평생을 여백으로 산 아버지를 읽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조 텃밭 일굴 것"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다. 가을이 지나간 길섶 빈 가지에 울음처럼 맺힌 붉은 열매가 눈에 시렸다. 노송 숲 사이를 빠져나온 바람이 종굴박 같은 무덤 사이로 오래된 시간으로 흐른다. 제 몸을 닳고 닳아 등 굽은 숫돌이 된 것처럼 자식들에게 .. 좋은 글/시조 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