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시계를 넘어 / 임희강
당선작> 시계를 넘어 / 임희강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혜진이 놀라 바닥을 봤다. 아스팔트에 머리를 박은 까마귀가 시커먼 피를 죽죽 흘리고 있었다. 몸을 꿈틀거리는 게 완전히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마지막 숨을 버리고 싶은 것인지 지키고 싶은 것인지 까마귀는 날갯죽지를 파르르 떨었다. ―흉조네요. 혜진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까마귀 시체를 피해 길을 돌아 걸었지만 발끝에 피가 묻은 것 같았다. ―제 생각엔 길조예요. 진경이 발을 톡톡 털며 말했다. 혜진이 당황한 듯 진경을 바라봤다. 맨얼굴에 남은 여드름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사신은 같은 자리에 두 번 찾아오지 않는다.진경이 태블릿 PC를 켜서 보여줬다. 티벳 속담이라고 한다. 진경은 까마귀가 아파트의 제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