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심해(沈海) / 양지은
심해(沈海) / 양지은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내가 처음 낡은 지하 단칸방을 찾아갔을 때도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다. 본체가 80㎝는 넘어 보이는 구식 금성 텔레비전을 그녀는 방금이라도 두 팔로 껴안을 태세였다. 방 안의 형광등은 꺼져 있었고 텔레비전 모니터에선 푸른색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로고가 떠올랐다. 그녀는 이집트 왕이었던 투탕카멘의 죽음에 어떤 음모가 있을 거라는 성우의 목소리에 작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때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은 몸이 푸른 모니터 안으로 곧 빨려들어 갈 것 같았다. 고요하고 깊은 바다 속으로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한번은 그녀가 손님이 주문한 자반고등어를 썰다 말고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갔다. 다큐멘터리가 시작하고 심해에 사는 희귀한 물고기들의 모습이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