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다락빌레*의 소(沼)로 간 소 / 안시표
다락빌레*의 소(沼)로 간 소 / 안시표 섬 노을이 바다를 펼치면 다락빌레 벼랑 속으로 거친 숨결 하나, 하늘로 간 沼에 소가 있었지 도시의 아파트 한 채처럼 송아지를 분양받은 큰어머니 차양 넓은 햇살이 작은 어깨에 내려앉아 들판의 하루가 감투로 숨 차오를 때 다락빌레 한가운데 沼의 잘근잘근 대는 소리에 잠시 쉬어가고는 했지 하양 떠밀려 오는 벼랑 파도 소리가 무성한 파동을 이끌고 수초의 혼을 빼놓을 때 개구리 숨죽이며 알 낳은 소리, 공기 방울로 터져 나오고 진흙 물뱀 꼬리는 바람의 온기를 감추며 저물어 갔지 어디선가 장수풍뎅이 물가에 지문 찍듯 沼 지천을 쿵쿵 울리며 소의 발굽 소리 다가올 적, 겁 없이 손에 쥐어진 버들 막대 하나 물가에 비친 늙은 호박 같은 엉덩짝을 찰싹 내리치고는 했어 목을 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