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염낭거미 / 김미진
염낭거미 / 김미진 허공에 그물 던지던 아버지는 어부였다 명주실로 목숨 기워 물살을 끌어당기면 나선형 하늘이 깨져 금 간 꿈이 만져졌다 숨비소리 들려주던 어머니 먼저 보내고 날마다 내장 뽑아 벼랑에 오를 때면 바다에 뜬 집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투망질을 할수록 세상은 징소리 같아 지나는 바람까지 물고 있는 지독한 허기 불안을 걸어둔 허공 자식들이 끈적인다 투명한 줄을 엮어 수의 짜던 아버지 시린 생이 뜬 바다는 팽팽하고 가파른데 새벽녘 거미줄에 걸린 저 금빛 이슬 한 방울 '복시로 힘들때 베토벤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안개에 눈이 찔린 적이 있다. 갈피마다 절망을 끼워두고 강물은 저 혼자 그렇게 흘러갔다. 먼 곳의 울음소리로만 들리던 그 강물이 내게로 아프게 흘러왔다. 어둠을 귀에 넣고 환희의 송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