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농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블러드문 / 오재아
당선작> 블러드문 / 오재아 은주는 교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창문이 없어도 사위가 짙은 어둠에 싸였다는 것이 체감될 때 천천히 교무실을 나와 과학실을 둘러보았다. 의대 이슈가 불거질 때부터 성적이 좀 나오는 아이들이 메디컬 계통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통에 몇 개 더 들여놓은 인체 모형이 과학실 한편에서 백골처럼 을씨년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은주는 과학실을 돌다가 위험 시약이 들어 있는 진열장 앞에 쪼그려 앉았다. 황산, 염산, 수산화나트륨이 담긴 시약병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정렬되어 있었다. 인간의 단백질을 녹이는 그것들보다 더 독한 무엇이 학교에 있었다. 은주는 그런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자신이 비참했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은주는 공문 처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업무 경감 차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