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아시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별연습 1 손상호 해를 껴안고 울다 울다 지친 달맞이꽃 주변을 물잠자리가 새까맣게 날고 있는 뚝방, 머리에 꽃을 꽂은 저 여자는 누구의 여자일까 배고픈 꽃이 툭하면 봄을 파는 가을에, 일부는 삭제하고 일부는 가림처리하고도 거짓말처럼 꽃의 속살이 보여, 가을이 아니더라도 이별해도 좋을 날이 올까 하늘 시퍼런 날에 꽃은 더 불행하다해서 야한 꽃이 되어 몰래 정을 통한 우리가 어떤 벌과 용서를 받게 될지, 바람이 불어도 떨지 못하는 꽃이나 바람이 멈춰도 떨고 있는 꽃에게, 돌틈이라도 좋을 어디 몸 맡길 곳은 없는지 사흘 내린 비에 젖지 않는 강이라 서울의 신호등이 좀처럼 켜지지 않아도 축협 앞 마른 버들에 물이 오르면 장바구니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아내를 만날까 수줍은 듯 몸을 가리고 내 뒤에 숨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