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인쇄용지의 결 / 김경숙
당선작> 인쇄용지의 결 / 김경숙 작은 것이라도 굴곡이 생기면 오류를 일으킨다. 괜찮다 싶다가도 어딘가에 걸리면 그대로 멈춘 채 꼼짝하지 않는다. 재빨리 손가락을 움직여보지만 미세한 엉킴에도 상처투성이다. 습기를 먹는 날엔 갈래갈래 찢겨 회복조차 힘들다. 용지함을 열어 엉킨 종이를 빼내고 상태를 확인 후 다시 인쇄를 누른다. 조금 더 두꺼웠다면 걸림이 덜했을 것을. 얇고 가벼워 곧게 굴러가는 것도 힘들고 때론 들러붙기도 해 내부 센스가 존재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비침이나 번짐도 심하다. 양면으로 인쇄할 땐 한쪽이 물을 먹은 듯 흐느적거려 다음 길을 제대로 걸어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결국 멀쩡한 종이를 들어내고 결이 좀 더 튼튼한 용지로 바꿔 넣는다. 사람도 인쇄용지처럼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