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일인칭 컷 / 윤치규
일인칭 컷 / 윤치규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길 한복판에서 터번을 쓴 남자가 붉은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앞쪽에서 사고가 난 것 같았다. 택시 기사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차량이 일차선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열에 끼지 않고 운전대를 놓아버렸다. 앞지르는 차가 방향 지시등을 켜면 먼저 가라는 듯 느긋하게 손짓까지 보냈다. 내가 미터기를 가리키며 항의해도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만 으쓱거렸다.“지금 바가지 씌우려고 이러는 거지?”한국어로 말했는데 택시 기사가 뒤를 돌아봤다.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내게 뭐라고 변명 같은 말을 쏟아냈다. 그의 말은 빠르고 된소리가 많이 섞여 영어인지 말레이어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말을 할 때 습관처럼 오른손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