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랜 날 오랜 밤 / 임택수
오랜 날 오랜 밤 / 임택수 머릿고기, 순댓국, 부속 일체. 악기점 옆 빈대떡집 간판은 언제 봐도 애매했다. 두희가 읽어내지 못하는 악보 같았다. 부속이라는 말도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빈대떡집에서 하는 것이 더 묘했다. 두희는 저도 모르게 보도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누가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져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대여섯 사람이 건널목 앞에 서 있을 뿐, 딱히 수상쩍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미세 먼지 때문에 원근감이 사라져 낡은 스크린 속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이백만 달러짜리 플루트는 어떤 소리를 내는 걸까. 두희는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아까 악기점에서 들은 갖가지 플루트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가격에 놀라 웃음만 지었는데 율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겸연쩍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