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쥐 / 전지영 쥐 / 전지영 * J시 해군 관사 단지는 21층짜리 아파트 총 열한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정중앙에 서 있는 영관급 관사 101동을 위관급 관사 열 동이 감싸 안은 모양으로, 학익진을 연상케 했다. 영관급 관사 거실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지만, 위관급 관사에서는 영관급 관사의 뒤통수에 가려 3분의 2쯤 조각난 바다만 보였다. 거기다 위관급 관사는 뒤편이 산으로 둘러싸여서, 일 년 중 절반은 날 선 산바람이 불어들었다. 영관급 관사로 불어오는 바람을 위관급 관사가 온몸으로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구월 초가 되면 관사 근처 다이소에는 뽁뽁이와 문틈 막이 테이프가 동이 났다. 뽁뽁이를 구하지 못하면 비닐이라도 구해서 붙여야 겨울을 무난히 보낼 수 있었다. 윤진의 남편은 아이가 뒤집기를 할 무렵 구축함을 타.. 좋은 글/소설 2년 전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안으로 들이쳤지만 / 전지영 난간에 부딪힌 비가 집안으로 들이쳤지만 / 전지영 * 혜경은 매일 새벽 총을 쏘러 다녔다.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는 사격장 가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보통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섰기 때문에, 윤석은 혜경이 집에서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윤석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여덟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식탁 위에는 둘둘 말린 트레이닝 복과 파란색 바람막이 점퍼가 널브러져 있었다. 윤석은 점퍼를 집어 올렸다. 메케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흐린 날에는 냄새가 더 독하게 풍기는 기분이 들었다. 윤석은 환기를 시킬 요량으로 부엌 창문을 열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순식간에 집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곧 비가 쏟아질 모양이었다. 윤석은 창문 옆에 기대어 섰다. 산 너머에서 총소리.. 좋은 글/소설 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