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고양이 / 정용채
고양이 / 정용채 고양이 한 마리 풀숲에 누우며 말했어요. - 생각보다 포근한걸. 엉겁결에 눌린 풀잎도 조용히 생각했지요. - 이 아인 보기보다 얌전하네. 한참을 그렇게 둘은 누르고 눌린 자세로 있었습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고양이가 중얼거렸지요 - 이런, 이런! 이거 나만 생각했는걸. 떠나는 고양이를 보며 풀은 생각에 잠겼어요. - 누군가의 쉴 자리가 되어주는 건 참 멋진 일이야. 고양이가 앉았던 자리 오래도록 남아있는 온기 누구의 것일까요? 오랜 기다림 끝 눈발처럼 날아든 기쁜 소식 그런 날이 있다. 뭐든 내리는 날,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뭐든 공짜로 주룩주룩 내리는 날. 오늘이 그랬다. 눈송이가 날리는가 싶더니 기쁜 소식이 눈발처럼 날아들었다, 내 기다림의 크기와 상관없이 응답은 늘 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