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정자나무를 품다 - 염병기
정자나무를 품다 / 염병기 내 고향 동구 밖수백 살 나이에 지난 세월 움켜쥔 늙은 정자나무는 마을의 수호신(守護神)이다 고향 길에어김없이 지나야 하는 그 곳은돌담 길에 호박 엮이듯 어릴 적 추억들도 걸려 있다 옹기종기 모여 동네의 쉼터로부초처럼 동네를 돌아다니는 이야기풍문으로 떠돌던 이끼 낀 세월의 얘기도 묻혀 있고저마다 자신만의 사연으로 바라본다 만만치 않은 세상, 삶이 고달플 때의연함으로 시절을 버틴 정자나무는 살아온 날에 대한 다독임살아갈 날에 대한 묵묵함으로 속마음을 대신한다 한 움큼씩 안고 사는 시린 사연도 송두리째 흔들렸던 삶의 모습에도지나온 세파에 견딘 세월의 약(藥)으로 그 앞에서면 살포시 봄눈 녹듯 치유가 된다 고향 정자나무에서 느끼는 바람결한 자락 쓸어 담아 가슴에 품는다말 없는 살랑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