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죽염에 관하여 / 황명숙
죽염에 관하여 / 황명숙 너는 화신이다 그 이름은 왕소금 토판에서 태어나 이곳까지 찾아온 짜증도 해맑게 삭인 육각형 얼굴이다 너는 구미호다 둔갑술의 귀재다 때로는 거센 파도 어느 날은 백합꽃 바다를 다 휩쓸고도 눈썹 하나 까딱 않는 너는 넉살 좋게 저토록 적막하여 유월 햇살 골계미 결정체의 숭고미 몸뚱이 불에 던지고 가면을 벗는다 너는 고요하게 왕대나무 방에 들어 아홉 날 동침 끝에 먹물 옷 걸치고 눈부신 가부좌 틀고 서럽도록 반짝인다 버팀목이 된 가족에 감사…따뜻한 시조 오래도록 쓸 것 마을 숲 나뭇가지 사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집니다. 심란한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눈을 감았다 떴다 말을 잃었습니다. 온종일 올 듯이 퍼붓더니만 얼마 가지 않아 시나브로 흩뿌리다가 뚝 그쳤습니다. 눈 온 겨울 풍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