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지하철역 아이 / 박영미
지하철역 아이 / 박영미 “뚜루루루 뚜루루루 …….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자마자 열차는 정리 된 책장의 책처럼 제자리에 착착 멈추었어. 그러고는 입을 벌려 몇 안 되는 승객을 토해놓기가 바쁘게 또 몇 안 되는 승객을 빨아들이고 꽁무니를 빼 버렸어. 그렇지 않아도 사람의 발길이 뜸 한 곳인데 열차가 지나간 역사는 정말 조용하고 쓸쓸했어. 나는 역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비추며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있는 보안카메라야. 이 역사 안에 내가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어. 내가 이 역에 처음 설치되었을 때 사람들의 기대가 얼마나 크던지 어깨가 아주 무거웠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이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