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똥 / 차수진
똥 / 차수진 똥. 아주 오랫동안, 그녀의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는 그것뿐이었다. * 그녀는 작년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신혼이라면 신혼이었다. 아내라는 이름을 갖자마자 그녀의 삶은 알게 모르게 달라졌다. 그녀는 시댁과 친정의 크고 작은 경조사에 꼭 참석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남편의 아침 반찬은 몰라도 저녁 반찬은 꼭 준비해야 하며, 주말마다 밀린 화장실 청소와 간식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삼십 대 후반에 결혼을 한 탓인지, 더 늙기 전에 아이를 가지라는 양측 부모의 성화 또한 심했다. 그들은 나이가 더 들면 아이 키울 기운이 모자라 힘들 거라고 부드럽게 돌려 말했지만, 표정만은 단호했다. 마치 이미 너는 아이를 낳을 때 힘 줄 기운도..